[겪어봐야 깨닿는다]
처음 시작할때 어떤 일들이 설레지 않을 수 있으랴. 막연한 기대와 감당할 수 없이 커져만 가는 설레임으로 모든 일들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기대는 그 것에 대한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게 만들더라. 물론 그렇게 시작한 일들이 잘 될 수도 있고 잘 못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중에는 그른 일이라고 생각하며 정답이 무엇인지 머리로는 알고 있는 일들이 있다. 그걸 와닿게 느끼는건 결국 내가 당해보고 나서더라. 겪어보지 않는다면 인간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겪어보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고, 과거의 오판을 후회하며 현재를 부정한다.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고 난 후에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 미칠것같이 시리게 아픈 가슴과 축축하게 적셔진 베갯닢만 남을 뿐이었다.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기]
올해 봄, 교통사고가 나며 병원에 입원했다. 신경이 문제가 생겨 회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웠다. 수술 후 한달 반에 걸쳐 입원을 거치고 퇴원을 했다. 병원에 있는동안 내가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들과 일상이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밥을먹고, 화장실을 가고, 잠이들고, 걷고, 운전을 하고, 일을 하고, 사랑을 하는 모든 일상들이 너무나도 소중한 일상이었다. 병원복도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기나긴 암흑과도 같은 시기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고, 누가 나를 아끼는지 누가 나에게 중요한 사람인지 알게되었다.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야지.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소중한 일상을 선물해줘야지. 그리고 지금 함께하고 있는 소중한 사람과 이 모든걸 평생 함께해야지. 그런 생각을 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기]
과거에 겪은 일들은 예민한 나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고 자기방어적인 특성을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자기방어적인 특성은 새롭게 다가오는 인연에게 이상하게만큼 상처를 주더라. 가볍게 내뱉는 말 한마디를 이상하게 해석하고,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일들을 규정하고 금지하며 그 인연을 괴롭혔다. 과거의 나는 과거일 뿐인데. 지금의 인연은 과거의 그 사람이 아닌데. 그런데도 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까봐 모질고 악독한 기준을 가지고 나와 내 주변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들었다. 그리고 열려있는 생각으로 현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해진 미래에 따라 행동했다. 내가 미래를 어떻게 알고 어떻게 그걸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그냥 주어진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절실히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막연한 두려움에 부정적인 미래를 정해놓고 행동하는게 아니라, 내 힘이 닿는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갔어야 했다. 그렇지 못한 나는 결국 내 진심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고 상처만 주게 될 뿐이었다.
[희생하고 사랑하기]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적인 성향이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만약 자기애가 없다면 인간은 자기연민에 빠지고 모두 우울증에 걸리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장애로 분류가 되는데 그것이 흔히 말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 즉 나르시시스트다. 회사에 자기애가 심한 사람이 한명 있다. 피드백을 잘 수용하지 않아서 발전이 더디고, 같이 일하기 모두가 힘들어한다. 우리는 그를 나르시시스트로 결론을 내린지 오래라 굳이 바꾸려하지 않고 건조하게 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면서 나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하는게 먼저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물론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하는게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 말이 남을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사랑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나는 때때로 그 두가지를 혼동했으며, 남을 사랑해야할때 나를 사랑했고 나를 사랑해야 할때 남을 사랑했다. 그리고 그런 내 행동들은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나르시시스트처럼 느껴졌겠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단하게 다져놓은 넓은 자기애를 기반으로 남을 사랑하며 희생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성숙한 어른이니까.
2024.12.9.(월)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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