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의 정서적 발달은 멈춰있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일을 시작한 20대 중반부터의 나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커리어적인 발전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정서적인 성숙과 발달은 뒷전에 두고 있었다. 인간 관계에 대해서 발달시킬 모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한채 그저 앞만 보고 내달렸다. 어떻게 보면 먹고 사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주 기본적인 사회성이나 남들에 대한 배려는 탑재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어떻게 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무지했던 것 같다. 결국 이러한 수동적이고 억압된 자세를 지금와서 돌아보면 이로 인한 나의 정서적인 발달 수준이 고작 20대 중반에 머물러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이만 먹고 성숙하지 않은 어른들을 셀 수 없이 봤고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실천은 전혀 하고있지 않았달까. 이렇게 내가 틀을 깨고 나와서 내 객관적인 모습을 알지 못했더라면, 나도 그저 그런 어른이 되었겠지.
중요한건 내가 가진 본질
무릇 모든 물질이 가진 속성에 그 성분이 있듯, 사람에게도 고유한 속성과 그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질감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진 여러가지 속성은 그 유사성은 있을 수 있어도 완전히 동일한 사람을 절대 찾을 수 없는 고유한 존재다. 이 고유한 성분이 만나서 생기는 관계 또한 n개의 성분들이 만나 정말 뭐라 말하기 힘든 고차원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관계는 성질과 성분에 따라 상호간의 접근법이 다르며 섞였을때의 질감도 다르다. 우리는 이 관계에 대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분할 수 있을까? 그저 관계에 대해서 더듬어 나에게 있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구분짓지 않고 현상을 내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 무언가를 억지로 의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가 가진 고유의 속성을 남이 가진 고유한 속성과 결합시키는 것. 그것이 자연스럽고 내가 가진 본연의 색깔을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내가 가지지 않은 나의 모습을 다른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었다.
시절인연
인연은 결국 타이밍이었다. 상호간의 관계가 가진 조합의 속성에 따라 천천히 진전될 수 도, 빠르게 진전될 수 도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의 확신을 기반으로 더 견고하게 관계를 성립하는 것. 물론 운과 노력이 따라주어야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견고해지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점"이었다. 복잡하고 어지럽게 얽혀진 실타래같은 관계도 마찬가지고, 영원히 맞닿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수평의 관계도 마찬가지었다. 우연한 시점에 발생한 이런 저런 사건들은 마법처럼 그 관계를 엮어지게 만들었다. 이런 사건들은 반대로 저주처럼 그 관계를 무너지고 쓰라리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나의 몫
이런 관계와 사회성에 대한 단상을 누가 알려준다고 해서 내가 알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겪어보고 돌이켜봐야 아는 것들이다. 누군가가 이에 대해 마이크로하게 코치를 하고, 넌 이렇게 해야해 저렇게 해야해라고 말해봤자 결국 부딪혀 깨달아가는 것은 나의 몫이다. 물론 겨우 이제 나는 한 걸음 내딪을 수 있었고 정서적인 발달과 성숙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는 시점에 서있다. 허나 지금껏 내가 다른 부분의 나를 성장시켜 왔듯 이 또한 잘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하다 보면 또 부족한 나의 모습이 어딘지를 발견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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