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UI/UX 리뷰) 모바일게임 [바람의나라:연]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관하여

류현우 Ed Ryu 2020. 7. 20. 23:42

여는말

 바람의나라는 1996년 넥슨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오래되고, 또 그만큼 유명한 온라인게임이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즈음에 온라인게임을 접했던 사람이라면 안해본 사람을 찾는게 더 어려울 법하다.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라고 외치며 열심히 다람쥐를 잡고 도토리를 모아 주모에게 갖다 판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바람의나라:연은 바로 그 바람의나라의 IP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이다.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기도 전에 전반적인 게임의 구성, 예컨대 과금요소같은 게임을 대하는 일련의 사상들이 나에게 하여금 속된말로 똥겜임을 직감하게 했다. 그래도 추억이라 하면 사람으로 하여금 옛날 기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있지 않는가. 그 보잘것없는 추억이란게 이 게임을 플레이하게끔 나를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서비스기획자 관점에서 본 모바일게임 UI/UX

 먼저 글쓴이는 모바일게임 기획자가 아니다. 모바일게임을 평소에 즐겨하지도 않는다. 다만 결국 제공하고자 하는 최종 서비스의 형태만 다른 것 뿐이지, 사용자로 하여금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화면을 제공하고 또 특정 행위를 이끌어 낸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즉 형태가 뭐가 되었건, 본질은 같다는 점이다.  

 


UI/UX 리뷰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 레프 톨스토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르겠다. '총체적 난국' 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다.

 

(1)모바일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콘

아마도 가장 자주 사용할 메뉴 노출 영역

 이 아이콘을 보고 무슨 아이콘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사용자는 저 아이콘중에 기껏해야 햄버거 버튼 (三 형태로 생긴 버튼) 정도만 알아볼 뿐이다. 나머지 아이콘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이게 무슨 아이콘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통상 모바일환경에서 잘못된 터치를 방지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항목이 권장된다.  
- 버튼 크기가 충분히 클 것  
- 버튼 사이의 공간이 충분할 것 

위의 두가지 어느하나 충족시키지 못한 불편한 아이콘을 적용했다.

 

햄버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메뉴

 이 메뉴는 적어도 아이콘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바로 위 케이스보단 낫다. 또한 아이콘 아래에 라벨을 달아, 더 알아보기 쉽게 디자인했다. 아쉬운 점은 인간은 보통 10개를 초과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한번에 처리하기 어렵다. 메뉴의 구조를 좀더 계층화시켜서 보여줬으면 어땟을까.

 

(2) 시각적인 유도(어포던스)의 부재 

플랫 디자인 인가?

 무엇을 눌러야 하는 지, 어떤게 버튼이고 어떤게 사용자에게 시각적인 정보를 전혀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다. 버튼 형태로 보이도록 디자인 하던지, 최소한 "바로가기" 또는 "화살표 아이콘" 정도를 표시해주었어야 한다.

 

사냥도감은 정말 알아보기 어렵다.

[상단, 완성된 도감의 수에 따라 보상을 받는 영역] 

 이 영역에서 사용되는 버튼의 속성은 "완성" "진행중" "완성대기" 인데, "완성대기" 버튼만 누를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있고, "완성" "진행중" 버튼의 디자인이 같다. 사용자가 현재 어디까지 완료되어있는 상태인지 알기가 다소 어렵다.

 

[도감 목록 영역]

 진행중(완성하기), 이동(사냥터로 이동하는 버튼) 이 얼핏 보기에 같은 레벨에 배치되어있다. 굳이 진행 중임을 버튼으로 표시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표시함으로서 완성하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상태일때의 시각적인 유도가 굉장히 감소한다.

 

(3)일관적이지 못하고 불편한 인터랙션

강화할 곳에 무기 선택은 인벤토리에서 "등록" 버튼을 누르고
그런데 레이드에서 그룹원 추가는 더하기 버튼이다.

 위의 예시 외에도 여러 요소들에 대해 각각의 UI 컴포넌트와 인터랙션들이 상이하다. 아니면 엉뚱하고 익숙하지 않은 인터랙션 요소를 적용했다. 예컨데 문파원을 수락하는 화면에서는 신청한 여러 문파원들을 확인하고 모두 선택하여 가입을 수락할 수 있도록 기능이 구현되어 있으나, 체크박스나 전체선택 같은 기능을 찾을 수 없었다.

 

(4) 그밖에

1. 전체적으로 서체와 배경의 명도대비가 굉장히 떨어진다.

2. 사용된 서체가 너무 많다. 기본서체(고딕체), 바람의나라서체(?), 그리고 숫자를 표기할때 쓰는 서체도 두가지나 된다.

3. 일부 속성을 색으로 표시한다. 예를들면 아이템의 등급이나, 자동사냥 버튼 같은 부분. 지양해야한다.


마무리하며

 어쩌다 이런 디자인이 나왔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여는 말에서 언급했던 바로 그 "추억" 또는 "감성" 이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람의나라:연]의 기획단계 초기부터, 예전에 바람의나라를 플레이했었던 글쓴이와 같은 사람을 주 사용자(Primary User) 로 설정했을 것이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구매력이 있는 해당 사용자 층(20대~40대 남성)을 주 사용자로 설정하는 것이 오류는 아니다. 다만 그 이후에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잘못되었다. 

 사용자가 원한 것은 PC 바람의나라에서 느꼇던 추억과 감성이지, 결코 불편한 UI는 아니다. 예전의 그 헤리티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추억과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넥슨은 작은 회사도 아니고, 실제 개발은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여러명이!) 프로덕트 관리자로서 개발을 조율했을 것이다. 기획-디자인-개발에 이르기 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연관되어 결과물이 나왔을텐데, 한명이라도 이 게임에 애정이 있었을까? 아니면 무언가 매너리즘에 빠져서 결과물을 뽑아내는데 급급했나? 

 분명한 점은 이 게임이 잘만들었고 못만들었고를 떠나서 "잘 팔리겠구나" 하는 것이다. 라이브에서 고쳐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많은 리소스를 들이지 않고 만들어도 결국은 잘 팔리는 게임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시범운영도 아니고, 베타 서비스도 아니고, 돈까지 받으며 서비스하는 게임인데, 조금만 더 정성들여서 만들어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