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

프로덕트에 내러티브를 입히다

류현우 Ed Ryu 2021. 1. 20. 16:16

 내러티브Narrative는 보통 서사로 번역된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스토리Story보다 더 추상적이고 방대한 개념이며 언어적, 비언어적인 특성을 모두 포함한다. 즉 내러티브란 공통의 목적을 갖는 사건들의 집합이 가지는 맥락을 의미한다고 본다. 그 목적은 동기부여가 될 수 도 있고, 사상이나 철학, 교훈이 될 수 도 있다.

 

 영화산업을 예로들면 내러티브는 비단 각본에서만 우러나오지 않는다. 촬영기법, 소품, 음악, 배우와 같은 당연한 요소들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배경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 등 제4의 벽을 넘어선 모든 것이 내러티브를 구축하고 표출하는데 포함된다. 이는 곧 내러티브가 평면적인 역할이 아닌 입체적이고 해석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와 같은 분야 또는 익히 들어왔던 다른 분야와는 달리, 프로덕트에 내러티브를 입힌다는 개념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이전 시장 구조의 프로덕트는 더더욱 그렇다. 기술의 발달 속도는 매우 빨랐고, 기존 제품보다 기술적으로 더 많은 기능을 지원하고 더 향상된 제품이 곧 좋은 제품이었다. 시장 구조는 서서히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IT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른바 초개인화된 프로덕트들이 등장한 것이다.  

 

 기업에서는 이처럼 파편화된 프로덕트들에 대해 더 높은 수준의 사용성을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심리스Seamless 전략은 그 중 하나로, 온라인·오프라인·프로덕트·채널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려는 일종의 플랫폼 전략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이 심리스 환경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서비스 통합 또는 플랫폼 구축 관점에서 접근했다.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기능에는 충실했고, 잘 설계된 서비스들은 기능적으로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서비스들이 이 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서비스들이 가진 자기만의 색채가 희석되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기능적인 측면을 중요시 한 나머지 사용자 경험을 미쳐 신경쓰지 못해버린 것이다. 심리스 전략의 산출물인 경우 뿐만 아니라, 별개의 산출물인 객체 하나를 두고 보았을때도 이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두에 설명한 영화에서의 내러티브가 없는 경우 우리가 흔히 "맥락이 없다" 라고 표현하는데, 산출물에서도 그런 맥락없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로 하여금 맥락을 느끼게 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사 또는 브랜드 작게는 프로덕트 또는 서비스 가 추구하는 공통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우리는 편리한 OOO를 제공하여 고객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하고자 합니다." 라는 캐치프라이즈를 가진 회사가 있다고 생각하자. 정말 뻔한 이야기지만 이 회사의 제품이 사용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의 결과물이라면? 사용자는 앞뒤가 따로노는 그 회사의 제품에 분노를 느낄 것이다. 

 

 회사가 가진 헤리티지와 철학, 사상을 그대로 제품에 녹여냈다고 생각하는 제품이 한가지 있다. 바로 Mashall의 블루투스 스피커이다. 앰프에 달려있는 노브를 돌리는 아날로그적인 감촉을 그대로 재현했고, 몸체를 감싸고 있는 가죽의 질감은 고풍스러우면서도 현대적이다. 디자인적으로도 매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여, 인테리어 소품으로의 가치를 두고 구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 소비자는 이 제품을 구매함으로서 Mashall이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거대한 내러티브의 한 흐름에 합류하여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내러티브 관점에서의 프로덕트 설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대체 어떻게 색채를 입힐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가지 겠지만 프로덕트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 하나하나가 이 내러티브를 구현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용자가 종단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요소, 예컨대 B2C 마케팅 전략, 영업사원이 표출하는 이미지, 디자인 스타일(컬러, 서체, 애니메이션, 심볼, 아이콘 등 모든 요소) 등은 더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를 최초 설계하고 기획할때,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위 관점에서 항상 생각하고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 또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장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표출할 것인가?" 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또한 이렇게 고민한 결과물을 가지고 계속 소통하고, 구성원들이 상속받을 수 있도록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한다.